물고추 말리기 작전
25년전쯤 단독주택에 살때 어머님이 우리 옥상에서 고추 한번 말려 보라고
농사지은 물고추를 주셨던 기억이 난다
날마다 옥상을 오르 내리며 열심히 내다 널었건만 무엇이 문제인지
고추가 무르고 썩기 시작했다
살림 경험도 없는 새댁인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됐다
어머님께 말씀드렸더니 세상에 쉬운일이 하나도 없다며
고추 말리기가 이렇게 힘든거라며
다시는 나에게 고추 말리라는 말씀을 안하셨다
그때 말리던 고추를 몽땅 시댁에 갖다 드리고
그날 이후로 한번도 고추를 말려 본적이 없다
시댁에서 아님 친정에서 고춧가루를 얻어 먹다가 부족하면 사먹고...
친정 엄마는 고춧가루 사먹는걸 질겁 하신다
얼마나 지저분한데 고춧가루를 사먹느냐고...
맛과 색깔부터가 틀리는건 알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늘 사먹었다
이번에 작은아들 중국 갈때도 시간이 없어 시장에서 사서 보내면서
엄마가 하신 말씀때문에 영~찜찜했다
28일 오후 한가람 아파트 장에 갔다가
옛날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물고추 10kg짜리 한박스만 살까 망설이는데
이왕 말리는거 두박스 말려보라는 말에 사고를 치고 말았다
그럼 두박스 주세요~~라고..
두박스를 5만원 주고 사오니
남편은 어떻게 말릴려고 사왔냐고 하면서도
어느새 옆에서 같이 널고 있었다 ㅋㅋ~
사무실앞 공터가 텅텅비어 있는데 볕이 너무 좋다
일요일만 빼고 날마다 나와서 있으니 집에서 말릴수는 없고
잘 말리면 깨끗하고 빛깔좋고 깨끗한 고추가루를 먹을수 있으니
기분좋게 말려봐야지~~~
고추를 널어 놓고 나니
지나가는 사람 마다 한마디씩 한다
말려먹으면 좋지~라는 사람
말리기가 얼마나 어려운데...하는 사람
이젠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라는 사람에
한가지만 하라는 사람
얼마 줬느냐고 묻는 사람
고추 좋다는 사람... 등등
옆가게 아우도 한마디 한다
언니~!
떻게 말릴려구~
자기도 말리고는 싶은데 내가 말리는거 보고 사겠단다
사람들 얘기가 이틀정도는 그늘에서 시들게 한다음
볕에서 말려야 희나리가 없다고 한다
첫날부터 뜨거운 볕에 말리면 익어서 희나리가 진다고...
주변사람들의 조언을 들으며 이번엔 성공해봐야지..
잘마르면 다음장에 두박스 또 사야지~~~~ ㅋㅋ
오늘이 3일째...
설악산 공룡능선 무박 산행은 남편만 보내고
얻은 혼자만의 황금같은 일요일
모처럼 늦잠좀 자려고 했는데
늘~ 일어나던 시간에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일어나자 마자 남편께 전화를 하니 .
새벽3시부터 우중 산행 시작해서
중청봉에서 아침먹고 벌써 희운각이란다
비는 그쳤고 이젠 설악산에서 가장 스릴 만점인 공룡능선 타려고 한다기에
미끄러울테니 안전 산행 하라며 아침인사 나누고
밖을 내다 보니 비가 내린다
오늘 고추는 햇볕보기는 틀린것 같구...
앞뒤 베란다에 널었던 고추를 언젠가 인터넷에서 봤던것처럼
동네 슈퍼마켓 개업식때 받아온 구멍난 바구니에 하나하나 끼우고
땅바닥에 고추도 하나하나 일렬로 널어놓고
선풍기를 계속 돌려주고 있는데
어라??
지금 밖을보니 햇볕이나네..
고추 바구니 들고 밖으로 나갈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