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공간/@--자작글

묘적사

평지 2007. 8. 20. 15:35

 아담한 묘적사 대웅전

 

나한전으로  오르는길.....

 

 탑돌이하시는 엄마

 

 굴법당

 

 

 

 

 

 

 

 

칠석날 절을 찾았다가 스님이 바뀌신걸 알았다

우리는 결혼하고 25년을 꾸준히 묘적사절에 다녔고

친정 엄마는 매년 행사때 마다 봉사도 많이 하셨기에

스님이 떠나신걸 나보다 더 많이 놀라고 서운해 하셨다.

나는 그저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니 모시고 절에 몇번 모셔다 드리며 왔던것이

인연이 되어 벌써 2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난데없이 절에 컴퓨터가 들어오고 복사기가 들어와 있고

접수하는곳도 예전과 다르게 좌식 책상이 없어지고 높은 책상에

접수하는이도 낮설고.....

예전에는 신도들이 각자 정성껏 쌀이나 양초, 향을 사가지고 왔었는데

이번에 바뀌고 부터는 아예 절에서 쌀과 양초 ,향을 팔고 있었다

이젠 절도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미처 준비하지 못한 신도를 위해서 준비한것이라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다른절에서는 한번만 가서 이름 올려도 때마다 무슨 무슨 날이라고 엽서를 보내왔지만 25년을 들락 거렸지만 묘적사 절에서는 단한번도 엽서나 우편물을 받아본적이 없고 늘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 오곤했었다

왠지 내마음 한켠에선 예전에 다니던 절과 다르다는 느낌이 들고 부담이 되었다

친정 엄마만 같은 절이 아니라면 나도 이참에 절을 바꿔? 하는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그동안 스님을 보고 절에 다닌것도 아니고 부처님께 불공 드리러 온것이니

예불을 드리기로 마음 먹었다

스님이 바뀐지라 설법을 들을 요랑으로 대웅전에 들어가니

날씨가 더워 견디기가 어려웠다

인수 인계가 덜된탓으로 준비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많이 미흡해 보였다

신도들이 법당에 모여 있는데 떡이며 과일등이 하나 하나 올라왔다

준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나는 천수경을 읽기 시작했는데

예불을 드리기전까지 한권을 다읽고 시간이 남았다

 법당에서 기다리는 동안 천수경을 읽다가 내가 불자인지가 의심 스러울 정도로

 매끄럽게 읽어지지가 않았다

날씨가 너무 더운탓인가?

이렇게 좋은뜻을 담은 책을 이제서야 다 읽다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25년을 헛다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시 30분이 되어서야 첫 예불을 올렸다

한참을 법당에 있자니 아침을 거르고 가서 배가 고파 견딜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참고 끝가지 예불을 올리려 했으나 엄마가 못견디시고 나가자고 하신다

새로 오신 스님의 설법을 듣고 싶었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법당을 빠져 나오는데

엄마랑 아시는분이  설법 안듣고 나간다고 한마디 하셨다

아침겸 점심으로 절밥을 먹었는데 절에서 비빔밥에 넣는고추장에 식초를 넣어 맛이 영 아니었다

식초만 넣지 않았다면 좋았을걸.....

절에 오는 사람들이 대다수 연세드신 어르신들이라 시지 않은 음식이 좋을것 같다

열무김치도 시어서 먹을수가 없었으나 미역국은 맛있게 먹은것 같다.

예전에는 절밥이 맛있었는데.......

배고픈탓에 엄마와 나는 허겁지겁 식사 해결하고 우리그릇 네개와 수저두벌과

같은 테이블에서 먹은 다른 어르신의 빈그릇도 같이  걷어

설겆이 통으로 가져다 놓는데 젊은여자가 한마디 한다

"설겆이 하고 가세요...."

나는 치렁 치렁한 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있어서

쪼그리고 앉아서 그릇을 닦기가 불편할것 같아 

나도 모르게 난감해서 " 몰라요" 라고 했다

설겆이 하라던 여자가  거기다 한마디 �붙인다

"절법을 모르시네~~ 어쩌구 저쩌구~"

가뜩이나 스님이 바뀌셔서 남의집 처음 간것 같이 어색하고 불편한 내 심기를 건드렸다

맞대응 하고 한마디 하려다가 꾹 참았는데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내가 여기 그런 대접 받으러 왔나?

빈손으로 절에 간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니 몹시 불쾌했다

내가 너무 젊게 보였나?

사십대  젊은여자가 날더러 설겆이 하라는걸 보니 ???  

오늘 같이 준비가 서투른날 절에서도 일하는 이를  몇사람 샀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도가 낯설어 하는데 보듬어 주진 못하고  수양이 덜된 사람 취급을 받은 듯하여 내내 불쾌했다

남편도 옆에서 지켜 보았는데 나한테 설겆이 하라던 여자도 방금전에 앉아서 설겆이 시작한 여자였다며

오래 하지도 않은 여자가 그런말을 했다며 어이가 없었던 모양이다

어차피 자기가 절에 봉사하러 왔다면 상대방에게 그런말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나도 그� 설거지 몇개나 된다고 "몰라요"라고 내뱉었나 하는 후회도 되지만

적어도 절을 찾아오는 신도들에게 설겆이에 대한 부담은 주지 말았으면 한다.

언제라도 다시 찾을수 있는 절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