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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5월 8일 어버이날

평지 2011. 5. 9. 17:24

 

 

 

 

 

우리는 7일 밤 10시반쯤 농장에 도착해서 하우스에 물주고 12시가 다 돼서야 잠을 청하고

8일 새벽 5시 알람에 맞춰 기상을 했다.

옆지기는 작업복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가는 기척이 들렸으나

나는 이불속에서 스트레칭 하고 20여분 후에 밖을 내다보니

벌써 마늘밭을 메고 있다.

 

엄마가 금요일날 전화 하셔서 일요일날 우리 밭에 오신다기에 힘든데 뭐하러 오시느냐고 했더니

일요일날 같이 못가면 전철 타고 오신다기에 삼겹살을 사려다가 오리 고기를 사갔다.

 

지난주에 산나물하러 늦게 올라가니 두릎을 모두 꺽어간 후였기에 이번엔 우리는  서둘러 산으로 올라 갔다.

주중에 사람들이 다녀 갔는지 실하게 생긴 두릎은 없었다.

간간히 옆에서 올라오는 새순을 꺽고 둥글레싹 뽑고

더러 고사리와 취나물 고춧잎도 뜯고 이제 서서히 하산 하려는데 미연이 한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어디야? 한다.

나는 밭이지... 했더니 엄마 아버지 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우리가 밭에 없다고 하셨다고...

내 계산은 얼른 산나물 해다가 반찬해놓고   청평쯤에서 전화 하시면 가평역으로 나가겠다고 전화를 하려다가

너무 이른것 같아 조금있다가 전화 하려고 했는데 새벽잠이 없는 두분

덕소에서 첫차타고 상봉에서 가평으로 달려 오셨는데 마늘밭은 메다말고 호미자루 내동댕이치고 우리는 안보이니까  응급 상황이 생겨서 119에 실려간줄알고 갑자기 우리 번호는 생각이 안나고 급한 마음에 인수네로 전화를 했던 모양이다.

 

나는 부지런히  나물 삶아 무치고 상추,쑥갓 씻고 오리고기 구워서 상을 차렸더니 엄마 아버지 너무 행복해 하신다.

점심엔 물김치 국물로 시원한 국수 말아 드리니 한그릇 뚝딱 드시는걸 보면

 이곳에서 가끔 차려드리는 식사 대접이 내가 할수 있는 효도라 생각해야할것 같다.

부모님이 연로하시니 이또한 일시적인 효도리라...

우리는 부모님 힘드신다고 오시지 말라고 하고 안 모시고 가려고 하지만

그렇게라도 자식과 함께하고 싶은것을 억지로 말리는것도 잘하는것만은 아닐듯 싶다.

아마도 우리가 농장에서 농작물이 자라는걸 보며 느끼는 행복감과 뿌듯함을 부모님도 함께 느끼고 계시는것 같아

오시지 못하게 하는것도 일종의 불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건강하시니까 오시지 말라고 해도 찾아 오시는것도 두분의 낙이라 생각하고 

말리지 말고 기쁘게 받아 들여야 할것 같다.

 

별다른 상차림도 아닌데 행복해 하시고 맛있게 드시는걸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은 좋다.

농사짓는다고 어버이날도 특별히 좋은곳도 못 모시고 가고

맛있는 음식 사드리지도 못했지만 함께할수 있어서 좋으신 모양이다.

 

오후 5시쯤 농장일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이 어찌나 막히던지...

중간 중간 샛길과 농로길로 질러 오기도 하고 길을 잘못가서 돌아서 다시 오가기도하면서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구경 하시며 효도 관광 잘하고 간다며

좋아하시던 부모님 말씀에 자식된 도리에 봄에 꽃구경 나들이 한번 따로 갔던것이 언제였던가?

 생각도 해보았다.

몇년전 해남 땅끝마을에 모시고 가던날도 토요일날 갑자기 전화 드렸는데 흔쾌히 따라 가셨는데 약속 시간에 도착해보니 나들이 준비하고 신발까지 신고 기다리고 계시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나이가 들면  오직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듯~

겉으론 언제나 강한듯 하지만 몸도 마음도 약해지기 마련이다

자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최고로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언제나 자식들에게 끝도없이 베풀기만 하시고 생신때도 자식들이 돈 걷어서  해드리는것 조차 못하게 하시고

기여코 큰아들에게 돈을 줘서  생색내게 하시는 아버지...

자식들 이만큼 살게 해주셨으니 이제 효도 받기만 해도 되는데 기회를 안주시네...

 

토요일날 시부모님께  일요일날 찾아뵙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오는 길에 전화드리고 저녁은 집에 가서 먹겠다고 했더니 좋아라 하신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산나물하고   다듬고 뙤약볕에 앉아서 구기자순 따주고 하우스안 야채뜯어서 다듬고 준비해서 오느라 땀으로 범벅이 되어 지친몸 이끌고 길이 막혀 3시간 여만에 도착했지만

연로하신 부모님 앞에서 피곤한 기색도 못내고  우리가 가져간 나물 무치고 쌈 씻고 고기구워 저녁상 차려 드리고

맛있는거 사드시라고 10만원 손에 쥐어 드리니 나중에 장사 잘될때 달라며 사양하셨지만  부모님이 언제 까지 우리곁에 계실까란 생각에  억지로 손에 들려드리고 돌아왔다,

 

농사지으러 오가는 길에 아침이든 저녁이든 종종 들려 얼굴은 뵙지만  어버이날 하루라도 상차려 드릴수 있으니 자식으로서 마음이 홀가분 했다.

 

반면  어버이날이라고 전화 한통 못받은 우리 부모님께선

차라리 어버이날이 없었으면 하시지나 않았을지....

맏이로서 책임감이 크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동생들 내외 모두에게 문자 한통씩 날렸다.

 

"어제 어버이 날인데도 불구하고 전화 한통없는 형제들에게 크게 실망이다. 끝없이 베푸시는 부모님께 과연 우리는 어떻게했나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출처 : 오남매의 사랑과 행복 이야기
글쓴이 : 큰언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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