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할머니가 살아 계실때
해마다 방학이면 어김없이 할머니 뵈러 갔었지......
할머니도 뵙고 싶었지만
아마도 친구들이 더 많이 보고 싶어서였겠지....
여름에 친구들과 소꼴을 베러 갔다가
억새풀에 베이고 서툰 낫질에 손도 많이 베였지
겨울이면 동생들과 앞동산에 올라
갈퀴로 솔잎을 긁어
가마니 하나가득 담고 더 많이 담으려고
소나무에 기대어 놓고 올라가서 밟던 생각이 난다
할머니는 다친다고 말리셨지만
우린 어쩌다 한번씩 하는일이라 재미 있었다
욕심껏 한가마니 채워서 들고 오지도 못하고
산 아래로 가마니를 굴렸었지.....
힘들게 가져온 땔감이
아궁이에서 타는것을 바라보면
얼었던 볼이 발그레 해지고
국수라도 미는 날이면
밀가루 반죽 한귀퉁이 얻어서 불위에 올려놓고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걸 보며
앞집 할마이 똥꿔라~
뒷집 할마이 똥꿔라를 중얼거리고 나면
어느새 반죽은 부풀어 올라
가장자리가 검게탄 밀가루 과자 ..
뜨거워서 호호 불며 먹었던 기억이 난다
겨울밤 가끔은 친구들과 화투치기를 해서
무우 구덩이에서 무우를 훔쳐오라는데
아는데라곤 우리 할머니네 무우구덩이 밖에 없어서
할머니네 무우를 꺼내 갔었지
여름날 낮에는 땀을 많이 흘려 빨리 등목하고 싶었지만
물사정이 여의치 않아 밤에 상구머에서
동네 여자들이 모여 목욕을 하려면
밤공기가 시원해져서 낮에흘린 땀은 다 들어가 버리고
물에 들어가기도 전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었지..
가끔씩 오르내리는 차량의 불빛과 오토바이 소리가 나면
우린 물속으로 몸을 숨겼었고....
가끔은 복숭아 서리하는데 따라가서
동네 초입에 있는 지토 다리위에서 기다리면
운우가 복숭아를 하얀 런닝 셔츠에 한가득 따서 가져오곤 했었지......
별 맛은 없었지만 달밤에 다리위에서 친구들과 뭐가 그리 재미 있는지 ㅎㅎㅎ~~~
시간가는줄 모르고
운우야 그 복숭아 누구네 꺼야?
이젠 이실 직고 해도 될것 같은데.....
혹시 너희집 복숭아?
그럼 다행이고....ㅎㅎㅎ~~~~~
어쩌다가 할머님이 친척집에라도 가시고 안계시면
달밤에 우리집 마당에서 꼬리 잡기도 많이 했었고
옛날을 생각하니 끝도 없네~~~~~~``
이얘기가 벌써 30여년전 얘기네
세월 참 빠르다
친구들은 나보다도 고향에 오래 머물렀으니 재미있는 추억이 많지?
추억좀 털어 놔봐~~~~~
우리 모두 고향이 있기에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타향에서도 열심히 살아갈수 있고
나는 내고향 평지가 있어 너무 행복하다